여행기2008. 6. 29. 13:40

오늘의 시작은 교토역이었다. 교토역 안에 있는 관광 안내소다. 내가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8시 40분 쯤 이었나? 기억이 확실이 안나네.



사진에서 보다시피 문을 열지 않았다. 정각에 문을 열더군. 이 앞에는 외국인과 내국인들이 바글바글.
안내소 맞은편에는 커피숍과 미스터 도넛 가게가 있다. 커피숍은 맛있는건지 뭔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4권(론리플래닛 일본, 도쿄 2권, 오사카)을 샀는데, 그 무엇보다 아깝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준비과정에서 생소한 여행지의 정보를 얻기에는 가장 좋지만, 각 지역의 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하는 안내지도나 홍보물 만 있으면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미리 구하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얼마나 서성였을까, 롤 블라인드가 올라며, 관광안내소의 문이 열렸다. 나처럼 그 앞을 서성이던 외국인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관광 아내 지도를 요청했다. 무슨 언어로 된 지도를 받겠냐고 묻는다. 한국어라고 했더니 더듬더듬 한국어를 한다. 그러면서 좋아한다. 이 사람들 나를 자신들의 한국어 상대 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한국어와 영어 안내지도를 받았다.
참고로 영어 안내지도는 일본인들에게 길을 물어볼 때 꽤나 유용하다.
아라시야마 가는 방법과 위치 등 몇 가지 질문을 하자 한명이 더 와서 도와준다. 참 친절하다. 한국어로 더듬더듬 설명해주지만,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 근데 문제는 아라시야마를 잘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아라시야마에 대한 정보도 있다.


밝을 때 본 교토역. 정말 컸다. 일본 역들은 대부분 쇼핑몰과 함께 있는데, 교토역은 쇼핑몰 뿐 아니라 호텔도 함께 있었다.

나는 JR센을 이용해서 아라시야마로 이동했다. 교토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JR노선인 교토에서 아라시야마 혼센(본선)을 타고, 사가 아라시야마역에서 내렸다.


크게 보기 

다른 곳 처럼, 아라시야마에도 여러개의 역이 있다. 토롯코 아라시야마, 사가 아라시야마 그리고 그냥 아라시야마역도 2개다.
한큐 아라시야마 역은 오사카에서 접근하기 용이하고, 사가 아라시야마는 JR 노선으로 교토에서 갈 떄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아라시야마를 벗어날 때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게이후쿠센을 이용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한큐센과 게이후쿠센은 간사이 스롯토 패스가 적용된다. JR 아라시야마센은 JR 패스만 적용된다)

전철에서 내려 그냥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아라시야마에 도착한 것 같았다.



아라시야마가 맞나보다. 사실 어제 계획을 짰어야 했는데...
막상 다니다 보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는게 여행이다.
그래서 대충 짰더니, 어디로 가야할지 조차도 모르겠다. 그냥 발길 닿는데로 그냥 돌아다녔다.



길을 잘못 들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좁은 길을 따라 가다보니 절이다.



정말 절은 싫다. 나라에서 지긋지긋하게 구경했다....


게다가 내가 싫어하는 계단.



여긴 절이 소박하다.



이것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너무 생소해서 이름도 모르겠다.



소박한게 이쁘다.



사찰 묘지 같다. 이런거 찍으면 안되지만, 그냥 모든게 신기할 뿐.



앞에 좀 넓은 강이 있다. 좁아 보이는데, 지류라고 해야 하나? 고등학교 때 배운게 하나도 생각 안나네.
여기서 끄적 거리다가 뒤를 돌아 아라시야마 원숭이 공원을 가기로 했다.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지도와 달리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위에 저것은 원숭이 사원이다..... 사원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안에는 온통 원숭이상 이다.



돌리지 못한 사진. 확대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어서 보면 된다.
계단은.... 원숭이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나타난 계단이다.

입장료로 500엔이나 냈는데, 등산해야 하는 건가?

몇 분이 지났을까, 표지판이 보였다.



맙소사. 중간 정도에 왼쪽을 보면... 빨간색의 긴 직사각형이 현 위치다.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500엔 내고 등산을 해야 하나 싶다.




그 빨간색의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원숭이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는 급하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 원숭이가 있다. 너무 급하게 찍은 나머지 노출도 안맞고, 초점도 잘 안맞았다.


이 3장의 사진을 찍고, 원숭이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는데, 얘가 죽자고 덤비려고 한다.
지나가던 외국인 가족이 마치 자신들도 겪어봤다는 듯이 나를 보고 웃는다.


아까 입장하면서 나눠준 종이를 펴봤다.
원숭이와 눈을 마주치면, 싸우자는 의미라고 한다. 죽을 뻔 했다.

혹시라도 원숭이와 눈을 마주쳐서 원숭이가 그르릉 거리면, 방법은 단 하나다. 눈을 피하면 된다.



아라시야마 전경. 확대해볼 필요는 없다. 원숭이에게 쫓기듯 정상에 도착해 숨돌리면서 찍은 사진.

꽤나 작은 도시다. 그리고 현재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내가 왜 500엔이나 내고 여길 들어왔는지....
등산에 하면서 원숭이한테 위협당하고... 정상에 휴게소가 있는데, 원숭이들이 떼지어 몰려 있지만, 사진 찍을 기력도 없다.

그리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죽자도 덤비는데, 겁난다.





이렇게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 있는 원숭이 밖에 못 찍었다...



아니면 낮잠 자는 원숭이들이나 찍던가...




뭔가 긴박함이 느껴진다. 겪어보면 안다. 원숭이 시선이 내쪽을 향해있다. 그것만으로도 긴박함이 밀어닥친다.
카메라 렌즈로 봐도, 예외는 없다.

급하게 찍다보니 노출이 안 맞았다. 차라리 언더라면 보정해볼텐데... 너무 오버다.
용기내서 찍다가 눈 마주치고 바로 접었다.



결국에는 다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원숭이, 주변의 건물... 이런 것들을 관람하기 시작한다.




벌레 잡는거지? 찍다가 또 눈 마주쳤다.
역시 또 오버다. 완전 수동으로 찍다 보니 이런게 아쉽다.




정상 휴게소다. 창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안에서 과자, 음료수 등을 판매한다.
휴게소에서만 30분인가 있었던 것 같다. 피곤해서 였지만, 사실 무섭기도 했다.
들어가기 직전에 끝판왕 구경하다 걸렸거든...



내려오는 길 이다.
아라시야마 몬키 파꾸 갈 마음이 있다면, 올라가는 길에는 원숭이 들이 간간히 보이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을 참고!

대부분의 원숭이는 사람들이 먹을 거리를 주는 휴게소 근처에서 서성거린다.
그나마도 권역이 있어 좀 힘있는 원숭이들만 휴게소 근처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눈 마주치지 마.



아라시야마 다리. 다리 이름도 있는데, 기억이 나야 말이지... 나름 이야기가 있는 다리임.



인력거들이 보인다. 나중에 오면 한 번 타봐야겠다.
간단한 가이드도 해주는데, 일본어 부터 공부해야 쟤네들하고 무슨 대화를 하지. 그래서 다음에.



다시 다리를 건너 덴류지로 향했다. 계획에는 없지만, 정원이 이쁜 곳이라는 글을 봤다.



잘 꾸며진 절이다. 물론 입장료가 있다.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딜가나 있는 돈 먹는 그것. 소원들어주는 척하면서 돈을 먹는다. 많이 먹는다.





버섯인데, 무슨 버섯이냐? 이쁘다.
덴류지 정원은 정말 예뻤다. 일본의 정원 문화는 잘 모르지만, 잘 꾸며진 정원이 보기 좋았다.



덴류지 뒤로 나가면 펼쳐지는 치쿠린. 竹林. 치쿠린이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덴류지를 나서며 치쿠린이 펼쳐진다.
덴류지 후문으로 나가서 후문 매표소 직원에게 치쿠린이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뒤 란다.
아까 봤지만, 설명을 듣고 돌아보니 정말 대나무 밖에 안보인다. 멍청한 정기원.



크고 작은 신사들이 종종 보였다. 역시 절은 재미없다.



치쿠린을 걷다 보면 철길 건널목이 나온다.
절에 질린 나로서는 대나무숲길과는 다른 색다른 풍경이었다.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 시골스러운 철길 건널목.
사실 어제 나라에서도 겪어봤지만, 숲속에 있는 철길 건널목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길 옆 턱에 걸터앉아 연사질.



전철이 지나간 후 철길... 볼품 없다. 잠시 내 머리속을 스쳐간 생각을 후회한다.



그 다리에서 성행하던 인력거들이 이 곳을 지나간다.
어제 나라보다는 몹시 편하게 다니고 있기에, 별로 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든다.
약간의 가이드도 해주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해야 알아듣지.



책에 나온 맛집.
사람이 많아 줄서서 들어가야 한다는데, 줄이 없어서 헤맸다.
책에 나온 가격을 보고 그 집을 찾아냈다. 가격은 1200엔 정도 했다.

코스 요리로 알고 들어갔으나, 뷔페식이었다.
아기자기 소꿉놀이 할 때 풀잎 접시보다 작은 곳에 분유 숟가락으로 퍼담은 것 같이 조개 껍데기보다 적은 양이 담겨져 있다.

일본음식이 대체적으로 싱겁다는 소문은 이 집을 가면 진실로 다가온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맛이 안난다.

아기자기 이쁜 음식들이 많고, 일반적인 안내책에 나온 대표적인 음식과는 색다른 음식이었다. 나는 그 점에 만족한다.




교토로 향하기 위해서 전철역에 다시 갔다.
제이아르 사가-아라시야마 에끼. 이거 타면 교토역 가는게 맞는지... 끝없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 전철은 분명... 내가 타고 왔음에도 무지로 인한 불안감이 커진다.


교토역에 잘 도착했으나, 불안감 때문에 너무 서두른 탓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마지막 일정은 교토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됴쿄로 가야 한다. 교토역을 너무 벗어나지 않는 가까운 관광지를 한 곳 더 가보기로 했는데...

주변은 모두 절이다!!!
절은 질리는데... 그냥 도지로 결정했다. 질려도 역에서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JR 노선이 아닌 다른 전철을 타면 갈 수 있는 도지. 그 노선을 어떻게 타야할지 막막하다.
난 아직 일본 교통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걸어가기로 했다. 꽤나 걸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역으로는 한 3개 정도 되는 거리다. 20-30분 정도 걸어서 도지에 도착했다.
물론 입장료를 받고, 매우 한적한 편이었다.

200엔이나 내고 들어가자 마자 내가 한 건... 



가방을 풀고 쉬는 것 이었다.

55리터 짜리 배낭은 약 18kg. 출발하기 바로 전, 무게를 달아보고 20kg 넘는 무게 때문에 급하게 노트북을 뺐다.
카메라 가방겸 여행정보를 담고 있는 책과 인쇄물을 담고 있는 카메라 줌백까지 더하면 20kg이 넘는다.
저 덩어리를 짊어지고 이틀동안 걸어다녔다. 다시는 쓸모없는 옷을 챙기지 않으리라. 렌즈는 최소한 가볍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각대. 이건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보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맨프로또는 아니지만, 그래도 짐은 짐이다.




뭐 그 동안 본 절보다는 조금 크긴 한데... 별거 없다. 역시 절은 나와 안맞나 보다.

난 사실 이런 관광지보다 사람 사는 풍경이 좋다. 사실 고생은 했지만, 어제의 나라 여행이 더 재미있었다.

교토여행은 그만 접어야 겠다. 폐장시간도 다가온다.




어제 예매해놓은 신칸센표. 구멍이 뚫린건 이미 개찰구를 통과했다는 의미.

조그맣고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이 보이는 커피숍을 찾아 들어갔다.

일본 커피숍들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건...

그냥 다방이나 별 다방이냐의 의문.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주문을 받으러 오는지, 아니면 주문을 해서 받아와야 하는지...

이 곳은 주문 받는 곳이더군.

아이스 티를 주문하며 향이 첨부된거냐 하니까 아니란다.
무슨 홍차냐고 묻는데, 너무 무리한 대화를 시도했나 보다. 꼬인다. 종업원 얼굴도 꼬인다.

그냥 달라고 하고, 기다렸다.



역시 일반 홍차는 따뜻해야 좋은 것 같다. 시럽을 타기에는 너무 느끼하고... 그래도 시럽을 약간 탔다.

시원하다. 커피를 별로 안좋아하기에... 맹물은 좀 그렇고. 흡연도 가능하고. 시간 죽이기 좋다. 여행가서 시간 죽이는게 좋다니...



교토역사의 신칸센 타는 승강장.

위사진의 하얀 건물이 교토역사. 정말 크다. 호텔, 쇼핑몰, 역사가 같이 있다. 호텔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아래사진의 왼쪽에 있는 까만 건물이 내가 묵었던 호텔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역이 있으나,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역이 너무 큰 탓에 주변에 보이는건 큰 건물들 뿐.


시간보다 조금 빨리 올라간 탓에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열차들을 구경했다.

지하철에서 봤던 광고로 JR700. 신형 열차인가 보다.




노조미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내가 탄 열차는 아니다. 그냥 찍어봤다.
금연 마크가 우리나라처럼 형식적인게 아니라 흡연칸이 따로 있다.
위에 표를 잘 살펴보면 금연마크에서 동그라미가 없다. 흡연칸이라는 얘기.

플랫폼 구경이 지겨워질 무렵, 내가 탈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한다.

나는 흡연칸에 탑승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열차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공기정화기가 달려 있으나, 눈이 맵다.

5명씩 20줄 넘게 있는데, KTX보다 넓고 좋지만, 눈이 아프다. 담배 피느라 잠도 안잔다.
자리도 창가쪽이 아니라 카메라도 못 꺼내고, 2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그래도 좋은 호기심 하나 해결했다.

도쿄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에 흡연구역이 꼭 있다. 몰래 찍느라 흔들렸네.



역 내부. 퇴근하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약한 호텔은 이케부쿠로역 근처에 있는 호텔이었다.
이케부쿠로역에서 호텔까지 걸어가는 동안 주변이 온통 오락실 이었는데, 간간히 덩어리들도 보이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결국 호텔까지 가는 과정은 카메라도 못 꺼내고, 호텔 찾기에 집중해야 했다.

호텔을 찾았다. 호텔 데스크에는 영어를 잘하는 동남아 사람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발음은 엉성하지만, 나보다 훨씬 낫다.

호텔방은 형편없었다. 침대 수면등은 너덜너덜... 차라리 없는게 낫다. 냉장고는 전원 조차 안들어오고 있었다.
전화기도 고장나 결국 1층으로 내려가 그 동남아 사람을 들볶았다.

앞동이 원래 호텔이며 본점의 건너편에 있는 지금 이 호텔을 얼마전 인수해서 조만간 리모델링을 들어간다고 양해해 달라고 한다.
지금 내가 불편한데, 전화도 안되고 어쩔 거냐고 따지듯 공격했으나, 양해해 달란다.
별 수 있나. 지금 와서 숙소 바꾸는 것도 일이고... 
전원이 켜지지 않던 냉장고는 전원버튼이 따로 있었다....... 바보.

늦은 시간. 배가 고팠다. 나가는 길에 그 동남아 사람을 붙들고 또 괴롭힌다.
이 근처에 맛나는 식당 있냐고 했더니, 뭘 먹고 싶냐고 묻는다. 라면이나 우동 뭐 그런거 말했더니 규동과 라멘집을 알려준다.

일단 규동을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사실 라멘집을 가려고 했으나, 못 찾았다.



제일 큰 그림으로 있는 걸 시켰다. 옵션이 붙어 있는데, 교토에서 이미 한 번 겪어본 터라 그 옵션은 별로 유용하지 않았다.
옵션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옵션 없이 본 요리만! 나중에 알고 보니 밥 곱배기 옵션도 있었다.

제법 그럴싸한 음식이 나왔으나... 숟가락이 없다.



저 군침도는 음식을... 젓가락으로만 먹어야 한다.
밥은 압력밥솥밥이 아니라 술술 떨어지고... 고문이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8. 6. 29. 13:32



아침에 보니 나름 괜찮았다. 내가 잠을 정말 잘 자서 다행이지, 엄청 시끄러웠을 수도 있었겠다.



키를 반납하고 나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더니 방향을 알려줬다. 꽤나 오래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역은 나오지 않는다. 중간중간 일본의 일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호텔도 쉬어가기와 숙박이 있나보다.



이마자토역이다. 여기보다 쓰루하시 역이 가까웠다. 역이 숙소에서 보였으니까. 여기를 알려줄거면 쓰루하시 역을 알려주던가.
그리고.... 노선도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긴테츠? 대충 맞는 것 같은데... 급행이 안서는 것 같다.... 쓰루하시 역에서는 급행(Limited Express)가 서지만, 이마자토 역에서는 완행(Local) 밖에 안선다. 사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처음 와서 처음으로 타는 일반 전철이다. 목적지가 뻔한 공항 철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완행을 타야 했다. 어차피 갈아타야 할 분위기. 강냉차. 시원한건 둘째치고 사람이 없다.



긴테츠 나라역에 도착했다. 여긴.... 어디냐?



나라역이다. 지도 한장 들고 여기서 도저히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긴테츠 나라역 밖에 나가면 바로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나라 지도를 받았다. 형편없다.
이건 뭐... 초등학생이 그린 지도 같다. 거리나 지도 그림은 웃기지만, 꽤나 친절한 지도였다. 게다가 한글이었다.
사실 일본어 같은 경우는 한글이나 영어나 크게 차이가 없다. 단지 한자라는 글자 때문에 한글이 약간 유리하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한국어 지도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지만 어디든지 한국어 지도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영어 지도 볼 정도의 각오는 하고 가야 한다. 영어 지도를 봐도 당황해하면 안된다는 말.



보기는 편하지만, 디테일이 굉장히 떨어진다. 그렇다. 자동차 지도만 보던 내게, 조그만 골목길이 안나와 있어서 헤맬 수 밖에 없는 이 지도가 가져다줄 미래는 정말 예측할 수 조차 없는 문제였다.



책에는 아무곳에서나 사슴을 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음...



얼마 가지 않아 그냥 길거리에 사슴이 널려 있었다. 우와. 이 동네 신기하다. 일단 나라 박물관으로 갔다. 가는 내내 사슴이 있다.
이번 여행 오기 직전에 산 200mm 렌즈를 처음으로 꺼내봤다. 좋긴 좋네. VR 기능 때문에 딱딱 거리는 소리는 이미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손떨림도 적다.



사실 박물관 따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박물관을 벗어났다(문이 없기 때문에). 정말 어딜 가던지 사슴이 사방에 널려 있다.



토다이지에 이르렀다. 더웠다. 걷는건 힘들었다. 하지만 버스 타는 방법을 모르니 그냥 걸을 수 밖에. 이래서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나 보다. 스님이 마중 나와있다. 시주를 원하는건지... 아무튼 처음 만난 일본 승. 한국과는 다르다.



토다이지. 별로 볼 건 없다. 일본와서 처음 접하는 절인데... 크기만 하고 별로.... 학생들이 많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그림은 저런게 아닌데.... 유명한 관광지니까 가봐야 하나?




난 이런게 좋다.



뭐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도 아니지. 내가 쓰는 영어도 영어권 국가 사람이 보면 저 모양일까?

카스가타이샤로 걸어가는 길목에는 작고 큰 절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결혼식 사진을 찍으러 온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짧은 영어로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찍으란다.

사실 별로 찍고 싶지 않았으나, 처음 보는 장면이라 찍어봤다. 배경도 생각안하고 대충 찍었다.



대충 몇장 찍고 다시 갈 길을 간다. 정말 대충 찍었다. 남자는 거의 눈감고...



1.2km가 남았단다. 멀다.... 발로 그린 지도 상으로는 가까웠는데...



고양이가 상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깜짝 놀랐다. 엇, 고양이랑 비슷한데... 정말 고양이었다.



산속에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가게인지 뭔지 모르겠다.



이쁘긴 하다. 이쁘긴 한데 의욕적으로 찍기에는 내가 너무 지쳐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걸었던 적이 없다.
샹하이에서 걸은 것도 이쯤에서 생각하면 우습다.




역시 내가 원하던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카스가타이샤에서 나와서 나라 시내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정말 작은 도시다. 신야스쿠지까지 다녀왔다.



대충 걷다 보니 이상한 호수가 나왔다. 이 때 부터 방향감을 잃었다.



몇 km를 걸은건지... 힘들다. 일단 호수 근처에 벤치가 있길래 앉아서 쉬었다. 200mm 과연 좋구나.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막 걷기 시작했다. 동네 골목이다. 동네 골목이라 길이 더 헷갈린다.
그렇다. 지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이다. 조그만 골목까지 커버를 하지 못하는 관광 가이드맵은 한국에서의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진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내가 일본어를 아주 잘해서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볼 능력도 안되고. 사실 물어볼 수는 있다. 중국 가서 영어로 질문하고 손짓 발짓으로 알아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절을 나와서 일반 시내 번화가 정도의 동네를 만나면서 별로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걷다 보니 시장 골목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장. 한국 여행을 가더라도 시장은 즐겁다.



하지만 이건... 뭐랄까. 너무 정리된 느낌? 시장 같지 않았다. 재미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티븨에서 나오던 떡집과 비슷해서 한 번 둘러봤다. 당연히 떡을 판다. 사먹어봤다. 나름 괜찮았다.
이미 점심때가 넘은 터라 배도 고팠다.



뭐가 문제인지 렌즈 플레어가 이상하게 끼네.



시장 골목 구경에, 시내 구경하다 보니 완전히 감을 잃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길 가던 젊은 커플에게 "웨어 이즈 제이아르에끼?" 이건 뭐... 액센트도 그렇도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닌... 다행히 먹혔다.
그들의 영어도 중학교 교과서 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 스트레이또" 고맙다고 답례를 하고 헤어지는데, 내가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나에 대해서 뭐라뭐라 하는 것 같다. "쓰고이" 이거 하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말 쭉 걸어가니 JR 교토역이 나왔다. 신기하다. '쭉 가라' 한 마디로 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니... 먹히니까 자주 쓰이나 보다.

일본은 철도가 국철과 사철로 구분되서 꽤나 발전되어 있어, 역 이름이 같아도 노선에 따라 거리가 상당히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에 첨부한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긴테츠 나라역과 JR 나라역은 거리가 좀 있다.



비싸다. 210엔이라는 단위 자체가 200원 같아서 속기 쉽지만, 210엔. 2100원이다. 비싸다. 기본이 1200원은 한다.



호류지역에 도착했다. 이 곳 역시 절이다. 막상 출발은 했지만 호류지역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지하철 역에 간이로 설치된 관광안내소가 있었다. 지도가 있냐고 물으니, 무슨 언어를 원하냐고 한다. 한국어로 된 지도를 달라고 했더니, 한국인이냐며 아주머니가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나에게 시험해 본다. 맙소사...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 사람들... 한국 남자가 정말 다정하다는 착각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는건지, 정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끔 일본에서 한국어를 쓸 기회가 많았다. 사실 일본에서 쓴 언어 순위는... 영어 > 한국어 >>>>>>>>>>> 넘을 수 없는 벽 >>>>>>>>>>>> 일본어 순이었다.

아무튼 그 아주머니에게 호류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했더니 출구와 버스타는 곳을 알려줬다. 정말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무래도 호류지가 유명한 곳인데, 워낙 작은 동네에 있어서 그런가 버스 정류장에는 아래와 같은 안내가 적혀 있었다.



처음 타보는 일본 버스. 긴장된다. 하지만 요금이 후불이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으니, 내릴 때 170엔 내면 되지 뭐...

버스 정류장에 나 말고 2명이 더 있었다.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거기다 한국어로 된 일본여행안내책 까지 들고 있었다.
아마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는 척을 했던 한국인일 것 이다. 처음 타는 버스. 그 버스에 4명이 타 있는데, 1명은 기사고, 1명은 나고, 2명은 한국인. 먼저 말을 건냈다. 그리고 아까 나라에서 산 떡을 건내줬다. 너무 횡한 버스에 한국인인 것을 알아서 그냥 지나치기 좀 그랬다. 알고보니 저분들도 한국인 모르는 척 한다고 한다. 저 분들을 만난 후, 난 관광안내소에서 영문지도와 한국어 지도를 다 받기 시작했다.



어차피 별로 크지도 않은데, 왠지 호류지를 여행하는 내내 서먹서먹할 것 같았다. 안그래도 나라에서 절간에 질린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내가 원하는건 일본적인 문화를 보는 것이지 유명한 관광지, 거기다 나라에서 질리도록 본 절을 보는게 내 여행의 목적은 아니다. 나는 호류지 왼쪽길을 선택했다. 호류지 안내지도에 왼쪽이 볼게 더 많아 보였다. 무작정 떠난게 아니라 산책로 코스를 밟은 것 이다.





낯선 환경. 낯선 건물.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이라 함은 헬멧을 쓰고 교복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는 일본 여학생들이 대표적. 이런건 낯선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집집마다 건물 모양이 다 달랐다. 공통되는 나무 장식은 비슷했지만, 대부분 달랐고 그 모양새도 제법 이뻤다. 아기자기한 것이 독특했다.





지도대로 왔다면, 어떤 능이라는데....



관광 안내도에 그려놓을 만한 능인데 이렇게 관리를 하나?



굴삭기를 보니 공사중인가 보다라고 짐작만 할 뿐.



대부분 집이 좋아보였다. 중간중간 허름한 집도 있었지만, 대체로 정원이 있었다.
정원 있으면 좋은 집, 없으면 허름한 집. 우리집은 허름한 닭장.

30여분을 걸으면서 사람을 2명 만난 그 동네. 그 동네 골목이 끝날 때 쯤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다.
정말 엉뚱한 위치다. 장사가 될까? 좀 작은 공터에 벤치도 있다. 거기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까 어떤 아줌마가 쳐다본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다.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벤치에 앉아 음료수 캔을 뚫어져라 바라보며(아는 글자가 하나라도 나올까 해서 계속 살펴봤다) 있는데, 더위에 쩔어 그 인상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 20kg짜리 배낭을 등메 짊어지고 있으면, 표정이 밝아질 수가 없다. 뭐 사실 가방 때문인지, 얼굴 때문인지 시선은 이미 여러번 받았다.



무슨 호수 미니파크라고 적혀 있었다. 미니파크.... 좀 쉬어가려고 했더니 그늘 하나 없다.
공원의 시작에서 5걸음만 가면, 공원의 끝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미니파크다.



일본 마을의 한가로운 골목.
오른쪽 사진은 스트래칭 하듯이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된다. 가끔은 아나로그가 좋을  때도 있다.
HTML 태그로 돌리는게 있는게 기억이 안난다.

아래 절을 볼 때 까지는 그래도 행복했다. 한가로운 일본 마을. 여유가 느껴지며, 아기자기한 이쁜 건물들이 좋았던 그 곳. 이라며 낭만적으로 추억할 수도 있는 곳 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부터 시작된다.



물론 바로 시작은 아니다. 우체국 같은 건물을 지나치며 한 5-10분 정도 걸으면 이제 논이 시작된다.



끝도 없다. 사실 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하루종일 20kg짜리 가방을 메고 다닌 탓에 지친 몸.
볼거리라고는 노랗게 익어가는 벼 밖에 없는 논.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이 포인트를 기점으로 좌회전을 하면 될 것 같다. 저 멀리 기차길도 보이는게 제대로 온 것 같다.
지도는 아까 호류지역사에 있는 간이 관광안내소에서 받아온 지도다. 지도에 나온 정보가 여기까지 밖에 없다.
사실 이 논이 과거 녹봉(맞나? 관리들에게 땅 나눠주는 거)으로 나눠주던 땅이라 한다.



역시 주변에는 온통 논이다. 이번에 좀 다른게 있다면 아까 길에서 보았던 수로같은게 이번에는 개천 정도로 커졌다. 아까는 진짜 수로였고, 이번에는 좀 큰 수로 혹은 개천 같다. 아무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도와 비교할 건물도 없고(지도에도 없고, 내 눈에 보이는 건물도 없다), 그냥 걸을 뿐 이다. 옆에 기차길은 그래도 꾸준히 보이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낚시하는 애들이 보인다.



낚시하는 꼬맹이들을 지나고 나니 마을 나타났다. 하지만 역시 관광 가이드맵에는 이런 마을 놀이터 따위가 나올리가 없다.





일단 기차길을 향해서 걸었다. 기차길 따라 걷다 보면 역이 나오겠지. 정말 어딘지도 모르겠고 힘들다. 겨우겨우 JR 호류지 역에 다시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쉬다가 음료수 좀 마시고 JR 교토역 행 표를 샀다.



JR 교토 역에 도착한 나는 내일 도쿄로 이동할 신칸센 기차표를 구매했다. 거의 140천원 돈이다. 비싸다.
2시간 정도 걸리고, 도쿄에서 이케부쿠로로 이동할 시간을 생각해서 오후 5시 정도로 예약했다.
노조미를 예약하는데, 모니터를 보니 히토리외 기타 신칸센 까지 한 시간에 정말 많은 기차가 다닌다.
이 많은 기차들에 사람이 다 찰까?

JR 교토역을 빠져나와 두리번 거리는데, 교토 타워가 보인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우습다. 저걸 타워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교토 타워를 보니 잘못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대 편이야.



다시 교토역사로 들어갔다.



역사 내부가 꽤나 복잡해서 반대편으로 나가는데 30분 정도가 걸렸다.

교토역 구석탱이에 있는 에르-인 호텔.
비즈니스 호텔이고, 일본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쩔쩔매면서 웹상으로 예약한 곳 이다. 비교적 꽤나 큰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영문 예약 페이지는 없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체크 인을 하고, 방에 짐을 풀고 나와 근처에 식당 위치를 물었다. 영어 발음이 문제지 제법 영어를 하는 직원이 많았다. 오히려 나에게는 듣기 편한 발음이지만, 문제는 어휘에서 쥐약. 짧은 영어를 만나야 편한데...



나오면서 호텔 직원에게 근처 식당을 물었다. 근방 지도를 한 장 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직원이 알려준 우동 집을 갔다. 별 메뉴를 다 판다. 나왔다. 이런 집은 싫다. 지하로 내려가 어떤 빌딩 아케이드로 갔다.
라멘 집이다. 한바퀴 돌고 라멘으로 결정.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고 시켰다. 2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맛 이다. 사실 맛없는 라면이 아니다. 닭국물인데, 내가 원하던 맛이 아니라 실망이 클 뿐, 깔금한게 정말 괜찮은 맛 이었다. 일본은 역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았고, 식당 내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이 가능했다.

아케이드를 나가기 전에 내일 아침 식사용으로 도넛 몇 개를 사갖고 호텔로 돌아갔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못해 감각이 없다. 내일을 기약하며 빨리 잠들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온다.



Posted by j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