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생각2010. 8. 17. 00:25
NHK의 전기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미래의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전지 개발을 주요 초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체적인 내용은 미국과 중국의 연합전선 그리고 일본. 이렇게 양자 혹은 삼자 간 대결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중국 연합노선의 강점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 일본은 기술력이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 산업기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외국인이 보면 이렇게 느낄까?
다큐멘터리에서는 계속해서 일본이 분발하고 있으며, 일본 기술력이 미국-중국 연합노선의 기술력보다 뛰어나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진입해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생산 설비를 늘려가고 있으며, 미국 역시 미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걸 보니, 일본정부는 마치 차세대 전지에 투자하지 않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일본 기업은 대단하다는 것 처럼.

일본은 앞서나가고 있고, 시장도 선점하고 있다고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자를 인식하고, 경쟁자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인식하고, 각 기술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최고의 기술이 나온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점을 전혀 인식 안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는 내내 이상한 점이 있었는데, 그 경쟁자들의 기술은 커녕 깎아내리기 바쁜 가운데 한국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었다.
가엽게도 중간에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차기 전략을 빨리 내놓지 못해 망한... 반도체 얘기도 나온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전지를 제조하는 10여개 업체가 연합을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그 반도체가 한국에 밀렸다는 말은 결코하지 않는다.

약 49분 정도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번 호명된다.



중국이나 한국을 이기는 전지를... 단 한 번 거론된다.
저 연구진은 한국 전지 기술에 대해서 아는 것일까?

심지어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차는 몇개 안되는데, 그나마도 혼다의 인사이트가 대부분이었다.
테슬라가 잠깐 소개되긴 하지만, 단순히 1억원 정도의 고급 스포츠카로 소개되었다. 참고로 테슬라의 전기차는 대단한 고속 스포츠카다.

그리고 테슬라에 이어... 이런차가 소개되었다.



전기차가 맞긴 하지만....

주행거리를 3배로 늘릴 수 있는 전지를 개발하는데, 어떤 문제를 풀면 3배로 늘어날거란다. 그건 어느 기업이던지 똑같은거 아니야?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중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참고로 다큐멘터리에서 언급 안됐다고 해서,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 손을 떼고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최근 판매가를 공개하며, 실질적인 판매에 돌입한 시보레(GM의 브랜드) 볼트.
볼트에서 사용되는 전지는 바로 한국 LG화학의 전지다. LG화학은 뒤늦게 2차 전지 시장에 뛰어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물론 삼성 SDI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애플의 맥북이나 아이폰 등 다양한 모바일 장치에는 삼성 SDI와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형 기기와 자동차의 배터리는 기본적인 원리만 다를 뿐, 모바일 기기와 자동차 배터리는 서로 많이 다르다. 이런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인 볼트에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되는 것은 한국 2차전지 산업의 위치를 보여주는 성과와 다름 없다. 거기다 볼트라는 차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현재의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토요타의 프리우스다.



이 못생긴 차가 프리우스다. 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프리우스는 내가 뭣도 모르던 시절 까치유치원에서 그리던 미래 자동차처럼 생겼다.
저속에서는 모터로 운행되며, 고속에서는 가솔린 내연기관으로 운행된다. 엔진으로 주행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저속에서 모터로 주행할 수 있는 구조다. 연비는 대략 리터 당 30km 정도 된다.
추가적으로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맞수가 있는데, 바로 '기술의 혼다'가 만든 인사이트. 정확하게 말하면 맞수는 아니다. 기술도 조금 다르다. 하지만 혼다는 분명 프리우스를 라이벌로 꼽고 있다.



이게 혼다의 인사이트. 만만치 않은 디자인이다.
프리우스보다 나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볼트 역시 프리우스나 인사이트 처럼 하이브리드차로 불리운다.
볼트도 여타 하이브리드 차량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장착되지만, 내연기관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구동된다.

이게 바로 GM의 볼트.
참고 : Chevy BoltWikipedia



내 낡은 눈으로 볼 때, 볼트가 토요타의 프리우스 보다 훨씬 친인간적인 디자인 같다.
게다가 세단. 어정쩡한 세그먼트에 들어가는 프리우스나 인사이트의 디자인 보다 명료하다.

볼트는 배터리로 약 64km(40마일) 정도를 주행할 수 있으며, 볼트의 핵심은 40마일이라는 형편없는 주행거리가 아니라, 엔진을 이용한 충전방식이다. 물론 플러그인 충전 방식을 갖추고 있어, 단거리 주행의 경우 완벽한 전기차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비록 순수 배터리만을 이용한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솔린 내연기관의 충전을 뒷바침으로 장거리 운행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번의 충전으로 200-400km 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있지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볼트는 현실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기차라는 것이다.



주유구가 아니다. 플러그를 통한 충전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많은 전기차들은 이와 같이 충전을 한다.
그런데 이 방식,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적합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차고 개념이 일반적인 미국과는 다른 한국. 그리고 아파트 아니면 길거리 빈자리 주차가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 등... 충전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전기차가 보급된다면, 가장 잘 팔릴 물건은 바로 돌돌이!




돌돌이야 말로 한국에서 전기차를 팔아먹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 ㅋㅋㅋ

사실상 단거리 주행용으로서 플러그인을 통한 충전 조건만 갖추면 완벽한 전기차가 되는 볼트지만, 한국 실정에서는 약간 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볼트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하부 '이미지' 사진.



충전을 위한 엔진과 전기 모터가 일반 가솔린 엔진 차량 처럼 차량의 전방에 설치되어 있다.
다른 이미지들을 보면 뒷부분과 중간 영역에 걸쳐 배터리가 배치되는데, 기존의 틀을 깨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본적인 플랫폼과 차량 밸런스에 대한 설계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겠지만, 그래도 색다른 플랫폼의 차가 나오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볼트는 대형차다. 미국차 답게 대형차로 개발되었다. 미국에서도 소형차량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배터리도 몇개 안들어가는 차 만들거면 소형차로 개발해서, 효율을 높였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마케팅과 엔지니어링이 복잡적으로 고려된 전문가들의 판단이었겠지만, 내 짧은 생각으로는 그렇다.


한참 전지와 전기차 얘기를 했지만... 사실 한국의 전기차는 뒤쳐져 있는게 사실이다. 골프 카트 같은 조그만 차가 이제야 겨우 시장 판매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나마 그 차도 보급형은 리튬 계열 배터리가 아닌... 납 배터리를 쓰고 있다.
정유사, 완성차 제작사 등 복잡한 이해/정치관계가 얽혀있을 거라고 추측만 할 뿐....

프리우스가 한창 팔리고 있던 시절, 현대는 그제서야 시험용 차량을 만들어 관공서에 1억이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고 있었다.
특허와 기술 노하우 부족으로 딸리는 연비를 '한국에서만 싼' LPG 하이브리드로 만들긴 했으나,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은 가격과 실효성 때문에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항상 늦는다.
남들은 엔진 개발보다 친환경 차량 개발에 역량을 키울 때, 현대는 엔진을 개발했다.
남들이 전기차를 팔기 시작할 때, 현대는 하이브리드를 팔기 시작했다.

가솔린 직분사 기술 등 여러 기술이 분명 훗날 개발될 기술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내수 차량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과 늘 한발 늦는 기술 대응은 언젠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내가 애국자는 아니지만, 값싼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Posted by jk1
일상다반사2010. 3. 9. 16:57


  
웃겨~ 초등학생들, 성인한테 매달린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8. 6. 29. 13:32



아침에 보니 나름 괜찮았다. 내가 잠을 정말 잘 자서 다행이지, 엄청 시끄러웠을 수도 있었겠다.



키를 반납하고 나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더니 방향을 알려줬다. 꽤나 오래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역은 나오지 않는다. 중간중간 일본의 일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호텔도 쉬어가기와 숙박이 있나보다.



이마자토역이다. 여기보다 쓰루하시 역이 가까웠다. 역이 숙소에서 보였으니까. 여기를 알려줄거면 쓰루하시 역을 알려주던가.
그리고.... 노선도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긴테츠? 대충 맞는 것 같은데... 급행이 안서는 것 같다.... 쓰루하시 역에서는 급행(Limited Express)가 서지만, 이마자토 역에서는 완행(Local) 밖에 안선다. 사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처음 와서 처음으로 타는 일반 전철이다. 목적지가 뻔한 공항 철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완행을 타야 했다. 어차피 갈아타야 할 분위기. 강냉차. 시원한건 둘째치고 사람이 없다.



긴테츠 나라역에 도착했다. 여긴.... 어디냐?



나라역이다. 지도 한장 들고 여기서 도저히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긴테츠 나라역 밖에 나가면 바로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나라 지도를 받았다. 형편없다.
이건 뭐... 초등학생이 그린 지도 같다. 거리나 지도 그림은 웃기지만, 꽤나 친절한 지도였다. 게다가 한글이었다.
사실 일본어 같은 경우는 한글이나 영어나 크게 차이가 없다. 단지 한자라는 글자 때문에 한글이 약간 유리하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한국어 지도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지만 어디든지 한국어 지도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영어 지도 볼 정도의 각오는 하고 가야 한다. 영어 지도를 봐도 당황해하면 안된다는 말.



보기는 편하지만, 디테일이 굉장히 떨어진다. 그렇다. 자동차 지도만 보던 내게, 조그만 골목길이 안나와 있어서 헤맬 수 밖에 없는 이 지도가 가져다줄 미래는 정말 예측할 수 조차 없는 문제였다.



책에는 아무곳에서나 사슴을 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음...



얼마 가지 않아 그냥 길거리에 사슴이 널려 있었다. 우와. 이 동네 신기하다. 일단 나라 박물관으로 갔다. 가는 내내 사슴이 있다.
이번 여행 오기 직전에 산 200mm 렌즈를 처음으로 꺼내봤다. 좋긴 좋네. VR 기능 때문에 딱딱 거리는 소리는 이미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손떨림도 적다.



사실 박물관 따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박물관을 벗어났다(문이 없기 때문에). 정말 어딜 가던지 사슴이 사방에 널려 있다.



토다이지에 이르렀다. 더웠다. 걷는건 힘들었다. 하지만 버스 타는 방법을 모르니 그냥 걸을 수 밖에. 이래서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나 보다. 스님이 마중 나와있다. 시주를 원하는건지... 아무튼 처음 만난 일본 승. 한국과는 다르다.



토다이지. 별로 볼 건 없다. 일본와서 처음 접하는 절인데... 크기만 하고 별로.... 학생들이 많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그림은 저런게 아닌데.... 유명한 관광지니까 가봐야 하나?




난 이런게 좋다.



뭐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도 아니지. 내가 쓰는 영어도 영어권 국가 사람이 보면 저 모양일까?

카스가타이샤로 걸어가는 길목에는 작고 큰 절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결혼식 사진을 찍으러 온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짧은 영어로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찍으란다.

사실 별로 찍고 싶지 않았으나, 처음 보는 장면이라 찍어봤다. 배경도 생각안하고 대충 찍었다.



대충 몇장 찍고 다시 갈 길을 간다. 정말 대충 찍었다. 남자는 거의 눈감고...



1.2km가 남았단다. 멀다.... 발로 그린 지도 상으로는 가까웠는데...



고양이가 상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깜짝 놀랐다. 엇, 고양이랑 비슷한데... 정말 고양이었다.



산속에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가게인지 뭔지 모르겠다.



이쁘긴 하다. 이쁘긴 한데 의욕적으로 찍기에는 내가 너무 지쳐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걸었던 적이 없다.
샹하이에서 걸은 것도 이쯤에서 생각하면 우습다.




역시 내가 원하던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카스가타이샤에서 나와서 나라 시내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정말 작은 도시다. 신야스쿠지까지 다녀왔다.



대충 걷다 보니 이상한 호수가 나왔다. 이 때 부터 방향감을 잃었다.



몇 km를 걸은건지... 힘들다. 일단 호수 근처에 벤치가 있길래 앉아서 쉬었다. 200mm 과연 좋구나.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막 걷기 시작했다. 동네 골목이다. 동네 골목이라 길이 더 헷갈린다.
그렇다. 지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이다. 조그만 골목까지 커버를 하지 못하는 관광 가이드맵은 한국에서의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진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내가 일본어를 아주 잘해서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볼 능력도 안되고. 사실 물어볼 수는 있다. 중국 가서 영어로 질문하고 손짓 발짓으로 알아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절을 나와서 일반 시내 번화가 정도의 동네를 만나면서 별로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걷다 보니 시장 골목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시장. 한국 여행을 가더라도 시장은 즐겁다.



하지만 이건... 뭐랄까. 너무 정리된 느낌? 시장 같지 않았다. 재미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티븨에서 나오던 떡집과 비슷해서 한 번 둘러봤다. 당연히 떡을 판다. 사먹어봤다. 나름 괜찮았다.
이미 점심때가 넘은 터라 배도 고팠다.



뭐가 문제인지 렌즈 플레어가 이상하게 끼네.



시장 골목 구경에, 시내 구경하다 보니 완전히 감을 잃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길 가던 젊은 커플에게 "웨어 이즈 제이아르에끼?" 이건 뭐... 액센트도 그렇도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닌... 다행히 먹혔다.
그들의 영어도 중학교 교과서 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 스트레이또" 고맙다고 답례를 하고 헤어지는데, 내가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나에 대해서 뭐라뭐라 하는 것 같다. "쓰고이" 이거 하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말 쭉 걸어가니 JR 교토역이 나왔다. 신기하다. '쭉 가라' 한 마디로 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니... 먹히니까 자주 쓰이나 보다.

일본은 철도가 국철과 사철로 구분되서 꽤나 발전되어 있어, 역 이름이 같아도 노선에 따라 거리가 상당히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에 첨부한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긴테츠 나라역과 JR 나라역은 거리가 좀 있다.



비싸다. 210엔이라는 단위 자체가 200원 같아서 속기 쉽지만, 210엔. 2100원이다. 비싸다. 기본이 1200원은 한다.



호류지역에 도착했다. 이 곳 역시 절이다. 막상 출발은 했지만 호류지역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지하철 역에 간이로 설치된 관광안내소가 있었다. 지도가 있냐고 물으니, 무슨 언어를 원하냐고 한다. 한국어로 된 지도를 달라고 했더니, 한국인이냐며 아주머니가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나에게 시험해 본다. 맙소사...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 사람들... 한국 남자가 정말 다정하다는 착각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는건지, 정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가끔 일본에서 한국어를 쓸 기회가 많았다. 사실 일본에서 쓴 언어 순위는... 영어 > 한국어 >>>>>>>>>>> 넘을 수 없는 벽 >>>>>>>>>>>> 일본어 순이었다.

아무튼 그 아주머니에게 호류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했더니 출구와 버스타는 곳을 알려줬다. 정말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무래도 호류지가 유명한 곳인데, 워낙 작은 동네에 있어서 그런가 버스 정류장에는 아래와 같은 안내가 적혀 있었다.



처음 타보는 일본 버스. 긴장된다. 하지만 요금이 후불이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으니, 내릴 때 170엔 내면 되지 뭐...

버스 정류장에 나 말고 2명이 더 있었다.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거기다 한국어로 된 일본여행안내책 까지 들고 있었다.
아마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는 척을 했던 한국인일 것 이다. 처음 타는 버스. 그 버스에 4명이 타 있는데, 1명은 기사고, 1명은 나고, 2명은 한국인. 먼저 말을 건냈다. 그리고 아까 나라에서 산 떡을 건내줬다. 너무 횡한 버스에 한국인인 것을 알아서 그냥 지나치기 좀 그랬다. 알고보니 저분들도 한국인 모르는 척 한다고 한다. 저 분들을 만난 후, 난 관광안내소에서 영문지도와 한국어 지도를 다 받기 시작했다.



어차피 별로 크지도 않은데, 왠지 호류지를 여행하는 내내 서먹서먹할 것 같았다. 안그래도 나라에서 절간에 질린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내가 원하는건 일본적인 문화를 보는 것이지 유명한 관광지, 거기다 나라에서 질리도록 본 절을 보는게 내 여행의 목적은 아니다. 나는 호류지 왼쪽길을 선택했다. 호류지 안내지도에 왼쪽이 볼게 더 많아 보였다. 무작정 떠난게 아니라 산책로 코스를 밟은 것 이다.





낯선 환경. 낯선 건물.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이라 함은 헬멧을 쓰고 교복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는 일본 여학생들이 대표적. 이런건 낯선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집집마다 건물 모양이 다 달랐다. 공통되는 나무 장식은 비슷했지만, 대부분 달랐고 그 모양새도 제법 이뻤다. 아기자기한 것이 독특했다.





지도대로 왔다면, 어떤 능이라는데....



관광 안내도에 그려놓을 만한 능인데 이렇게 관리를 하나?



굴삭기를 보니 공사중인가 보다라고 짐작만 할 뿐.



대부분 집이 좋아보였다. 중간중간 허름한 집도 있었지만, 대체로 정원이 있었다.
정원 있으면 좋은 집, 없으면 허름한 집. 우리집은 허름한 닭장.

30여분을 걸으면서 사람을 2명 만난 그 동네. 그 동네 골목이 끝날 때 쯤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다.
정말 엉뚱한 위치다. 장사가 될까? 좀 작은 공터에 벤치도 있다. 거기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까 어떤 아줌마가 쳐다본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사람이다.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벤치에 앉아 음료수 캔을 뚫어져라 바라보며(아는 글자가 하나라도 나올까 해서 계속 살펴봤다) 있는데, 더위에 쩔어 그 인상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 20kg짜리 배낭을 등메 짊어지고 있으면, 표정이 밝아질 수가 없다. 뭐 사실 가방 때문인지, 얼굴 때문인지 시선은 이미 여러번 받았다.



무슨 호수 미니파크라고 적혀 있었다. 미니파크.... 좀 쉬어가려고 했더니 그늘 하나 없다.
공원의 시작에서 5걸음만 가면, 공원의 끝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미니파크다.



일본 마을의 한가로운 골목.
오른쪽 사진은 스트래칭 하듯이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면 된다. 가끔은 아나로그가 좋을  때도 있다.
HTML 태그로 돌리는게 있는게 기억이 안난다.

아래 절을 볼 때 까지는 그래도 행복했다. 한가로운 일본 마을. 여유가 느껴지며, 아기자기한 이쁜 건물들이 좋았던 그 곳. 이라며 낭만적으로 추억할 수도 있는 곳 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부터 시작된다.



물론 바로 시작은 아니다. 우체국 같은 건물을 지나치며 한 5-10분 정도 걸으면 이제 논이 시작된다.



끝도 없다. 사실 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하루종일 20kg짜리 가방을 메고 다닌 탓에 지친 몸.
볼거리라고는 노랗게 익어가는 벼 밖에 없는 논.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이 포인트를 기점으로 좌회전을 하면 될 것 같다. 저 멀리 기차길도 보이는게 제대로 온 것 같다.
지도는 아까 호류지역사에 있는 간이 관광안내소에서 받아온 지도다. 지도에 나온 정보가 여기까지 밖에 없다.
사실 이 논이 과거 녹봉(맞나? 관리들에게 땅 나눠주는 거)으로 나눠주던 땅이라 한다.



역시 주변에는 온통 논이다. 이번에 좀 다른게 있다면 아까 길에서 보았던 수로같은게 이번에는 개천 정도로 커졌다. 아까는 진짜 수로였고, 이번에는 좀 큰 수로 혹은 개천 같다. 아무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도와 비교할 건물도 없고(지도에도 없고, 내 눈에 보이는 건물도 없다), 그냥 걸을 뿐 이다. 옆에 기차길은 그래도 꾸준히 보이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낚시하는 애들이 보인다.



낚시하는 꼬맹이들을 지나고 나니 마을 나타났다. 하지만 역시 관광 가이드맵에는 이런 마을 놀이터 따위가 나올리가 없다.





일단 기차길을 향해서 걸었다. 기차길 따라 걷다 보면 역이 나오겠지. 정말 어딘지도 모르겠고 힘들다. 겨우겨우 JR 호류지 역에 다시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쉬다가 음료수 좀 마시고 JR 교토역 행 표를 샀다.



JR 교토 역에 도착한 나는 내일 도쿄로 이동할 신칸센 기차표를 구매했다. 거의 140천원 돈이다. 비싸다.
2시간 정도 걸리고, 도쿄에서 이케부쿠로로 이동할 시간을 생각해서 오후 5시 정도로 예약했다.
노조미를 예약하는데, 모니터를 보니 히토리외 기타 신칸센 까지 한 시간에 정말 많은 기차가 다닌다.
이 많은 기차들에 사람이 다 찰까?

JR 교토역을 빠져나와 두리번 거리는데, 교토 타워가 보인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우습다. 저걸 타워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교토 타워를 보니 잘못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대 편이야.



다시 교토역사로 들어갔다.



역사 내부가 꽤나 복잡해서 반대편으로 나가는데 30분 정도가 걸렸다.

교토역 구석탱이에 있는 에르-인 호텔.
비즈니스 호텔이고, 일본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쩔쩔매면서 웹상으로 예약한 곳 이다. 비교적 꽤나 큰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영문 예약 페이지는 없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체크 인을 하고, 방에 짐을 풀고 나와 근처에 식당 위치를 물었다. 영어 발음이 문제지 제법 영어를 하는 직원이 많았다. 오히려 나에게는 듣기 편한 발음이지만, 문제는 어휘에서 쥐약. 짧은 영어를 만나야 편한데...



나오면서 호텔 직원에게 근처 식당을 물었다. 근방 지도를 한 장 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직원이 알려준 우동 집을 갔다. 별 메뉴를 다 판다. 나왔다. 이런 집은 싫다. 지하로 내려가 어떤 빌딩 아케이드로 갔다.
라멘 집이다. 한바퀴 돌고 라멘으로 결정.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고 시켰다. 2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맛 이다. 사실 맛없는 라면이 아니다. 닭국물인데, 내가 원하던 맛이 아니라 실망이 클 뿐, 깔금한게 정말 괜찮은 맛 이었다. 일본은 역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았고, 식당 내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이 가능했다.

아케이드를 나가기 전에 내일 아침 식사용으로 도넛 몇 개를 사갖고 호텔로 돌아갔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못해 감각이 없다. 내일을 기약하며 빨리 잠들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온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8. 6. 29. 12:49

막연한 시작. 그게 이번 여행의 시작이었다. 늘 연구실 일에 찌들어 있던 나는 약 4차례에 걸쳐 시도했다가 무마된 일본 여행을 다시 도전해봤다. 이번에는 나 홀로 여행.

사실 추석 연휴에 가는거라 누군가 같이 간다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목요일, 금요일은 연구실에 출근해야 하지만, 난 그 날을 무시하기로 했다. 로밍도 해가야 했다. 지난 중국 여행에서 어떨결에 로밍을 했다면, 이번 여행은 쿄수님 전화를 받기 위해서  로밍을 해갔다. 전화벨 소리 나오기 전에 나오는 로밍 안내멘트를 뺄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약 1주일간 일하며 중간중간 일본 여행 안내 사이트를 보며 여행 계획을 짰다.

사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서 가려다가 실패한 숙원을 푼다는 것 보다는 일본 항공권이 싸서 일본을 선택한 것도 있다. 거기다 무비자. 일본 항공권 중에 나고야가 제일 쌌다. 나고야... 들어보지도 못한 도시. 사실 이런 여행이 재미있긴 하지만, 한국으로 여행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일단 코스를 짜봤다. 나고야는 처음 들어보니까, 나고야>도쿄 or 나고야>오사카를 할까 하다가, 오사카>나고야>도쿄로 큰 틀을 잡았다. 하지만 일정은 너무 짧았다. 이래저래 알아보다 보니 나를 자극한 싼 항공권의 나고야는 빠지고 오사카>도쿄가 되어 있었다. 오사카는 책도 샀는데, 온통 먹거리 광고로 넘쳐나고 있었다. 볼거리가 없는 것 같아 교토와 나라를 추가했다. 첫날 밤에 오사카 대충 돌아보고, 하루는 교토, 하루는 나라, 도쿄는 이틀, 마지막 날은 공항가서... 알다시피 난 늦어도 출발시간 4-5시간 전에 공항에 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큰 동선이 나오면서 세부적인 동선도 짜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 이라면, 가볼 곳이 너무 많다는 것.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했다. 사실 교토와 나라는 온통 절 뿐이었다. 절 말고 시장 같은 곳 없나...

드디어 출발날이 다가왔다. 오전에 차례를 지내고 집으로 가서 대충 짐을 쌌다. 55리터짜리 배낭에 간단한 옷과 여러가지 챙기고 카메라 파티션 가방을 넣으니 꽉 찬다. 노트북까지 넣고 무게를 재보니까 20kg. 노트북을 뺐다. 그래서 약 18kg 정도. 차마 삼각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가져가려고 특별히 새로 산 작은 삼각대.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니 휘청한다. 무겁다. 그리고 카메라 크로스백까지... 이건 여행이 아니라 이사 같다.

출발시간은 5시 55분. 난 이미 2시가 조금 안된 시간 인천공항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지난 번 중국 여행 트라우마가 강하다.
티켓팅을 하면서, 얼떨결에 짐을 뺏겼다. 물어볼 틈도 없이, 나도 모르게 가방에서 파티션과 여행책을 빼고 짐칸으로 보내버린 것 이다. 쇼핑백을 하나 사야했다. 쇼핑백 하나 사는데도 나의 취향이 적용된다. 여러 상점을 들러본 후에야 포기하고 적당한 것으로 구매했다.

세관에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 시리얼을 등록하고, 검색대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면세점에 들러 담배를 사고, 다음 라운지 이용권을 미리 뽑아가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 스케쥴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행기 놓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이트 앞에는 역시 나 밖에 없다. 직원도 없다. JAL. 일본 항공기는 어떨까...

탑승이 시작되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국항공기 승무원보다 못 생겼다. 비록 중국항공사가 이쁜 여자를 뽑는다지만, 여긴 아줌마들. 뭐 승무원 때문에 비행기 타는 건 아니지만, 대한항공과 비교해 너무 달랐다.

기내식은 그럭저럭. 오사카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칸사이 공항. 새로지은 공항인지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이상한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한국인을 웅성이게 만든 지문을 찍기 등 입국 절차가 끝나고, 공항 탈출. 사실 난바까지 뭘 타고 가야할지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마지막 일정을 확인하면서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가자 마자 보이는 표지판은 철도 타러 가는 곳을 알려주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가는 끊임없이 보이는 한글들. 모든 표지판에는 한글이 써 있었다. 저 철도라 함은 라피토를 말하는 건가...



라피토였다. 표를 사려고 서성거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어떤 버튼을 누르자, 표 판매기 중간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
아무튼 자동 판매기 이용을 포기하고 사람이 보이는 판매소로 가서 난바라고 말하자, 역시 이마에 외국인이라고 써 있는지 계산기를 꺼내들어 두들기더니 가격을 알려준다. 내가 궁금했던 라피토 알파와 베타의 차이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짧은 영어와 전혀 모르는 거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듯한 일어실력은 내 입을 닫아버렸다. 그래도 표는 살 수 있었다. 출발까지 1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음료수라도 사서 타려고 했는데, 음료수 종류가 많은게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일단 열차에 올랐다. 좀 웃기게 생긴 열차. 만화에나 나올법하게 생겼다.




열차는 꽤나 깔끔했다. 텅 비었던 열차는 출발시간이 가까워 지면서 하나둘 사람이 차기 시작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난카이 난바 역. 어디로 가야 하지? 머리 속이 하얗다. 일단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시장통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입간판을 보니.... 센니치마에가 아니다. 센니치마에가 어디지. 일단 대충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 모든게 신기하다.



한참을 헤매다가 센니치마에에 도착했다. 도착도 아니다. 그냥 다 연결이 됐다.



센니치마에라고 써 있네~ 단순히 간판일 뿐...



참 특이한 사람이 많았다. 저 사람은 분명 남잗. 옆에 여자는 애인인지 모르겠는데 일행.

센니치마에가 어딘지 파악하고 도톤보리 강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비꾸카메라. 길을 건너 도톤보리 쪽으로 건너갔다.



별거 없다. 온통 먹거리들 뿐... 맛있는 타코야끼 집이 어디 있다고 했는데..... 



한참을 얼쩡거리다 결국에는 타코야끼 집 찾기는 포기했다.



비꾸 카메라를 찍고, 센니치마에센 이마자토에끼로 간다. 그 곳에는 숙소가 있다.




공항에서 타고온 철도처럼 한글이 많이 써 있다. 친숙하다. 칙칙하지만, 색이 다르다.



민박집 주인에게 물어봐 근처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저녁거리. 내일 들고다닐 음료수까지.
신중을 기해 골라봤으나,푸딩 빼고는 다 맛없다.



방에서 보아는 야경.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티븨에서는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카메라만 눌러댔다.


Posted by j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