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7. 8. 23. 23:07

어제 늦은 시간까지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발표 자료와 스크립트 작성. 원래는 도착하는 날 마무리 지었어야 하는 일 인데, 알다시피 21일은 악몽같은 날 이었다. 10시 정도에 발표자료를 마무리 짓고, 대충 읽어봤다. 뭐 크게 무리없어 보인다.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정장을 입고 방을 나서 발표장 분위기를 보러 갔다. 역시 다들 여행갔는지, 발표자 외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도망치기 힘든 구조다. 나 혼자 들어가기로 했다. 발표 끝나는 즉시, 정주 공항으로 가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동욱이형 방으로 옮긴 다음, 식당으로.

여전히 거지같은 식단... 어제는 디저트로 주는 손톱 크기의 케이크로 배를 채웠으며, 저녁은 연회가 있었지만, 술과 이상한 음식 하나로 배를 달랬다. 채우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어제보다 더 안좋은 것 같다. 먹을만한 것은 사라지고 어제 먹었다 후회한 음식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난 새로운 음식이 보이면 먹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쌓이지만, 이미 새로운 도전은 무의미 하다. 오늘도 난 케익으로 배를 채웠다. 스프라이트에 질려 쥬스를 먹었고, 약 20년전 가루쥬스를 떠올린다. 20여년 전 어릴적 먹던 오렌지 쥬스 분말... 그 오렌지 쥬스를 계속 먹었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동욱이형 방에서 잠깐 머물렀다 발표장으로 향한다. 발표와 모든 일정이 끝난 연세대 팀은 놀러간단다. 영어 잘하던 석사 좌장 대행... 내가 발표하는 세션에 들어온단다. 농담인거 알지만 농담이 농담처럼 안들린다. 모든 변수들이 두렵다. 잘 할 수 있을까... 거기다 오랄 디펜스도 나 혼자서 해야한다. 대충 파악한 분위기는 한국 학회랑 비슷하다. 모르는 건 나중에 메일로~ 단지 언어가 영어일 뿐.

내가 차례가 왔는데, 기름지게 생긴 영국에서 온 중국인이 급하단다. 나한테 양해를 구하지만,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항에 빨리 가야하는 상황인데,  양보할 리가 없지.

적당하게 버벅거리며 발표를 하는 도중에...

"SECS-I use RS-이삼이..."

맙소사. 저건 한국어. 대충 무마한다. 발표를 마치고, 내 부족한 영어 실력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좌장이 질문을 한다. 니 논문의 요점은 뭐냐!

바디랭귀지와 유아용 영어를 써가며 오랄-디펜스를 한다. 다행히 한국말은 하지 않았다.

적당히 요점이 설명됐는지, 끝낸다. 사실 이해가 안됐다 하더라도, 귀찮아서 빨리 끝냈을 거다.

동욱이형 방에 들러 정장을 벗고 우리는 정주 공항으로 가기 위해 로비로 갔다.

혼다 검은차. 역시 어코드.

기사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말을 하고 싶어 하지만.... 정주를 가는 내내 정적만이 흐른다. 중간중간 종섭이가 회화 책을 펴서 기사 아저씨의 적적함을 달래준다.

고속도로는 지난 번 용묵이형이 말한대로 끔찍하다.

반대편 차선에서 주유하고 중앙분리대 없는 곳 까지... 역주행하며 달려가는 트럭.
고속도로변에서 간이 의자를 내놓고 가족 나들이하는 가족들.

크루징 컨트롤이 빛나는 정속 주행.

중국 차들은 고속도로에서 대부분 정속주행을 했다.

간간히 역시 리무진으로 보이는 검은색 차들이 보였지만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무리해서 과속하는 차는 없었다.

그래서 신호등이 별로 없구나... 꽤나 괜찮네.

하지만...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 변경하는 트럭들.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도로 보수 공사.

고속도로 진입 전 무서운 자전거들..

썩 명쾌하지는 않구나.

150km 정도 되는 거리는 2시간에 걸쳐서 도착했다.

비행기는 7시 10분 이지만, 중국의 시스템에 크게 상처받은 우리는 4시에 도착한 것도 매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빨리 표 확인하고 싶은데... 늦어질수록 마음은 불안해진다.

'또 종섭이 표 잘못됐으면 어쩌나...'




기다리는 동안 공항 안 매점들을 돌아다녔다.

쿠바의 운동 선수들을 봤다. 무슨 종목인지는 몰라도... 매점 내부를 휘저으며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점심도 빈약하게 드신 우리는 배가 고프다.

1층에 가보니, 중국 패스트푸드 식당이 있다. 용묵이형에게 거기서 간단하게 배좀 채우자고 제안했으나,  뭔지 모를 중국식 향료에 충격이 몹시 큰 용묵이형은 싫단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충격이 컸다. 편식이 심한 나이지만, 케이크로 배채우는 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 "그럼 뭐 드실건데요?"
형 "기내식"
나 "동방항공인데?"
형 "..."
형 "........."
나 "그러니까 먹어요"
형 "그래도 싫어!"

결국 물과 콜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또 기다린다. 이번 중국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별 문제 없이 체크인을 완료했다.

게이트 창 밖으로 비행기가 도착하자 짐을 실은 차가 달려간다. 개인 짐이 한 7덩어리 밖에 안된다. 우리 짐 3개가 보인다. 컨테이너도 아니고 래핑도 안된 상태로 짐 끌고 다니는 차에 우리 짐이 덩그러니 실려있다.

앗, 아까 그 쿠바 운동선수들... 여자들인데 덩치가 내 2배다. 게이트 앞 매점에서 또 물건을 사고 있다. 아무리 봐도 똑같은 거 밖에 안파는데... 물사러 왔나..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타는 순간 역한 냄새가 난다. 화장실의 그 냄새 같은게 지속적으로 난다. 거지같은 동방항공. 동방항공이... 대한항공급이라고?????

#4 상해에 도착하다.

샹하이 공항에 도착했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버스를 타는데... 어렵다.



짐이 많아서 2자리씩 차지했는데, 중국인이 짐 있는 곳에 앉겠단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 앉아 자기 멋대로 짐을 통로로 빼더니 자기 일행과 같이 앉는다. 중국도 아줌마가 무섭다.


홍치아오 공항은 워낙 사람이 많아서 택시 잡는데 오래 걸린다고 시내 중심가 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다.

중심가라는데 어디지... 아무튼 그 곳에서 택시를 잡는다. 현지인에게 많이 뺏겨가며, 힘들게 잡았다.

과연 우리 짐이 다 들어갈까? 트렁크가 열리는 순간... 놀랬다. 우리 짐이 다 들어간다.


진장호텔. 영어를 그럭저럭 하는 직원이 한명 있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고 방으로 이동. 좋다. 깔끔하니.

짐을 푼 우리는 간단하게 배를 채울 곳을 찾는다. 하지만 아는 곳이 있을리 없다. 맥주나 하면서 간단하게 먹자. 근처 식당은 보나마나 뻔할테고...

프론트에 가서 근처에 bar나 pub을 묻자... 아까 그 영어 꽤 하던 직원이 종이를 꺼내더니 적으란다.

bar - beer
pub - dinner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대충 막 썼다.

pub은 모르겠고, bar는 신천지를 가란다.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네. 택시를 타고 신천지로 이동한다.

한바퀴 돌아보니 꽤 작다.

적당한 바로 들어가 우리는 맥주 500ml를 시키고, 먹는데 자리가 심상치 않다. 테이블 바로 앞이 무대다.



역시나... 노래가 시작된다. 신나는 라틴. 내가 아는 노래들이 나와서... 더욱 신나게 분위기를 즐겼다. 몸치인 탓에, 분위기만 즐겼다.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써 있는지, 우리를 보며 "안녕하세요"란다. 분위기만 즐기는 우리에게, 나오라고 손짓한다.

어떤 여자 2명이 나오는데, 정말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써 있다. 

가수는 우리에게 그 여자 쪽을 가리키며, "사랑해요" 하트 손짓 등 별 짓을 다 한다.  

그 동네 술집은 2시 정도면 끝나더군. 시시해. 한국인으로 보이는 외모를 가진 그 여자 둘과 어떻게 여행하는지 간단하게 얘기하는데, 주워들은 몇 가지를 얘기하자...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나보고................

"현지인"

이란다. 아무튼 오늘 긴 하루는 이렇게 끝난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7. 8. 22. 17:47



발표자료 작업 중. 너무 늦었다. 발표자료는 커녕 스크립트도 없다. 빨리 발표 자료를 만들고, 스크립트 작성해서 발표 연습을 해야 한다. 오기 전에 정산과 과제 서류 작업으로 계속 밤을 지샜던 탓에 발표자료 준비 따위는 못했지만, 낙양에서의 이틀이 남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거지같은 동방항공.

종섭이는 꽤나 철저했다. 나도 준비성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 '만약에',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아래 별걸 다 챙긴다. 종섭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외여행 준비물을 그대로 챙겨왔다. 그 중 하나는 컵라면. 우리는 맹 비난을 했다. 엄청 큰 가방에 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하지만 상황 역전. 꽤나 유용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있다 하더라도 그걸 알아낼 정도의 지식인이라면, 애초부터 이렇게 늦게 도착하지 않았다.

노트북은 느려 터졌고... 답답하기만 하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7. 8. 20. 06:07
아침 4시 반 기상.

동네 홈플러스에 붙어 있는 24시간 맥도널드에서 맥모닝 세트 하나씩 드시고, 용묵이 형이 도착한 후 우리는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이렇게 순조롭게 시작 되는 듯 했다.

기껏해야 2시간을 못 잔 나는 비몽사몽 정신 못 차리고... 출국 수속 밟고, 돈 위엔으로 환전하고, 비행기에 탑승.

인천-베이징-낙양. 낙양 직항 노선이 없어서, 대한항공으로 베이징으로 가서 동방항공을 타고 낙양으로 가는 여정이다. 동방항공과 대한항공 2가지 상품이 있었지만, 연구비의 빠른 소진을 위해서 대한항공을 택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 왠지 낯설다. 다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밖에 없었다. 약 50여명이 동방항공을 타고 베이징으로 오기로 했는데, 늦어진다. 약 10분 가량 늦게 출발했을텐데, 안온다. 용묵이형, 종섭이, 나 이렇게 3명. HCI 연구실 사람들은 상연이형 빼고, 동방항공으로 온다.

베이징 공항 국내선 탑승장으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려는데...
종섭이 비행기 표에 문제가 생겼다. 이게 왠걸 우리 말고 또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예약이 안된 연세대학교팀.

종섭이는 예약시 영문이름과 여권번호가 틀렸고, 그 분은 예약 자체가 안돼 있었다.
중국 가이드는 지금 동방항공으로 오는 팀이 연착되니까 기다려라. 어차피 다 타야 가니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우리와 연세대 팀은 기다렸다. 각 팀의 일행 1명씩 문제가 생긴 것 이다. 기다린다기 보다는 비행기 표가 없는데, 무슨 수로 가나..

동방항공을 타고 오는 HCI 연구실팀과 일정이 달라서 KAL을 타고 온 상연이 형도 우리와 함께 한다.

그 가이드 말을 철썩같이 믿고 수속이 끝나길 기다혔다.

금방 된다고 하니까, 우리는 먼저 비행기에 타 있기로 하고 출발시간 10분을 남기고 게이트로 이동.


그런데 게이트 앞에 도착했는데, 게이트는 닫았다고 한다.


몇 명이 늦어서 지연된 동방항공 국제선과...

몇 십명이 늦었지만 그냥 출발해버린 동방항공 국내선.

국내선에 탑승 못한 사람은 약 50여명...

그리고 이미 티켓팅하며 실어놓은 주인없는 짐은... 이미 낙양으로 가고 있다는 거다.



게이트를 빠져나가 여행사 사장을 찾아보지만, 안보인다.

나는 결국 로밍을 하고 말았다. 전화를 하는데, 내 눈앞에 나타난 여행사 직원들. 끝도 없는 항의.

대안을 찾고 있으니 기다리란다.


결국 정주다. 안그래도 학회 마지막날 일정이 낙양에서 정주로 이동해서 가야 하는 길이 걱정될 만큼 낙양과 정주는 멀다.

정주공항가서 낙양까지 버스로 이동시키겠다고 한다.


대충 해결이 됐는지, 밥을 먹인다고 북경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전세 버스에서 천안문 광장을 보여준다고 우리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인다.

이동 중에 비행기가 안떠난다고 말했던 엉터리 가이드가 북경에 대해 떠든다. 맞는지 틀린지... 솔직히 신뢰도 안간다.

하나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건, 자기가 경주 최씨라고...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교통체증이 보이는 북경 시내 지나, 현대자동차 지사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맛없는 음식을 팔던 그 식당 입구에는 눈길을 끄는 물건들이 많았다.






밥을 먹이고, 천안문 광장 앞에 도착했다.
북경의 교통체증을 핑계대며 천안문에서 아주 짧은 시간 있을 예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눈 밖에 나는 곳에 가지 말란다. 무슨 말을 해도 짜증만 나고 신뢰가 안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예정에 없던, 베이징 여행도 하고 있으니까...

내 논문 발표 스크립트는? 아... 어렵다. 긍정적으로 살기는 정말 힘들고나.



종섭이 머리와 오른쪽 손 사이로 보이는 천안문.

대충 천안문이 저정도 크기로 보인다. 

저게 가장 멀리 간거다. 계속 강조해서 멀리가기 겁났다. 또 비행기 못 탈까봐...



난 이런 사진이 좋더라.




천안문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베이징 공항으로...  베이징 여행은 이걸로 끝이다.



중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나라 버스는 대체로 45인승이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버스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2열 정도 더 있다. 그 만큼 의자 사이 간격이 좁다.

그 좁은 공간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막 찍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할 무렵, 여행사 직원들이 설명한다. 앞으로의 일정이다.
7시 비행기가 있지만, 약 30여명 밖에 못탄다고 한다.

대충 예상이 된다. 뒤늦게 해결해 달라고 난동 부린 KAL팀... 우리가 늦겠군.
역시나 늦었다. 우린 10시 비행기란다. 물론 정주공항으로 가서 버스타고 가는 것은 똑같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또 다시 시작된 기다림.



우리와 같은 처지의 연세대팀.





지루하다. 그리고 졸리다.




또 지루하다.



동방항공 타고 온 동욱이형은 먼저 갔다.




베이징 공항에서...

별다방 커피를 마셨고,
상점에서 파는 음료수를 종류별로 거의 다 사먹어 봤으며,
여행사 직원이 주는 감자 패티의 KFC 햄버거도 먹었다.

그래도... 시간은 남았다.

힘든 기다림은 끝나고, 우린 티켓팅을 하자마자 바로 게이트로 이동.

또 놓치면 안되니까. 게이트 앞에서... 또 기다림은 시작된다.








게이트 앞에서도 역시.... 지루하다.



허름했던 로비와 달리, 베이징 공항 국내2청사는 꽤나 근사했다. 남방항공만 쓰는 듯 했다.



드디어 탑승.

전리품으로 보관하려고 했던 표가 문제였다.



저 온전한 표. 왜 니가 갖고 있냐는 식인데, 중국어라 못 알아먹는데. 아무말 안하고 있으니, 표 확인하고 그냥 보내준다.

정말 작은 비행기. 그래도 기쁘다.
아침 10시 반에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밤10시가 되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행복했다.

베이징 공항은 떠날 수 있었으니....
어떻게든 낙양 근처로 갈 수 있으니까.

긴 여행이 끝나간다.

이래저래 정주로 이동. 낙양으로 버스타고 가는 길에 모두 잠들었다.
용묵이형이 잠시 깨서 봤다는데, 우리가 탄 버스가 고속도로역주행 했단다.

새벽 2시였던가... 3시였던가...

낙양 프라자 관광 호텔에 도착.

로비가 정말 크다. 거짓말 많이 보태서 공항로비 같이 크다.

아무튼 비몽사몽. 짐을 찾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설은 그다지 눈에도 안들어온다.

나의 첫 여행에서 깨닳은 진리는...
'비행기 타려면 일행을 버리고서라도 무조건 빨리 가서, 타야한다'

온전한 표 한 장 건지고 싶다면 뭐...


Posted by j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