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8. 6. 29. 13:47
저렴한 항공권의 한계다. 도착하는 날, 출발하는 날 여행을 하는 건 거의 무리에 가까운 스케쥴.
오전부터 서둘러 가야지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게다가 비도 온다.
14시 40분 출발이지만, 지난 중국 여행 덕분에 '적어도' 4시간 전에는 공항에 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아무튼 늦어도 12시 까지는 공항에 가야하는데, 늦게 일어나서 마음만 급하다.

오전 9시 부터 서둘러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우에노 역으로 가서 스카이라이나를 타기로 했다.
사실 스카이라이나가 제일 쌌다. 급행이 아니면 더 싸지만, 탈만한게 못 된다고 생각했다. 빨리 공항에 가서 기다려야 하니까...
어제 저녁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차표는 카드로 구매하기로 했다.
최소한 공항가서 밥 먹을 돈은 남겨놔야지. 사실 스카이라이나 타기에도 돈이 부족하다. 500엔 정도가 부족했다.
어제 Meine Meinung의 음반 구매로 집에 갈 차비까지 써버렸다. 멍충이.

JR 타고 이케부쿠로를 떠나 우에노로 향했다. 도쿄에 여행을 시작한 그 곳. 사실 나리따 공항으로 이동하는 계획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거의 무작정 왔기 때문에... 어제 밤에 여행 안내책을 펴보고 스카이라이나로 결정했다.

우에노 역에 내려서 스카이라이나 타는 곳을 찾아야 했다. 게이세이센 우에노 역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중간에 길을 물어서 찾긴 찾았다. 내가 접한 일본인들은 대체로 영어를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에노 역에 들어가 나리타 공항표를 말하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결제 안해준단다.
왜 카드 결제가 안되는 거냐... 비자 마스터 다 안된다.
결국 빠르게 포기하고 주변에 돈 찾을 수 있는 곳을 물으니, 편의점 가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ATM기를 이용했다. 지하철 역에는 일전에 시도했다가 포기한 은행 ATM 밖에 없다.
친절하게도 한글 UI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ATM은 일본어 지원 되나?
인출 금액으로 1,000엔을 찍었다. 오류가 난다. 비밀번호가 잘못 됐나... 내 카드가 잘못 됐나... 그냥 단순히 오류라고만 나온다.
아버지 카드도 넣어보고, 비밀번호도 바꿔보고.. 똑같다.
10,000엔을 눌러봤다. 그냥 술술 잘 나온다. 몇 백엔 때문에 엄청난 수수료를 물고, 10,000엔이나 뽑은 것 이다.
어떻게 하겠어. 집에 가야 하는데. 다시 게이세이 우에노역으로 돌아가 스카이라이나 승차권을 구매했다. 일반 완행은 1,000엔. 거기에 급행료 920엔. 간사이 공항 라피토도 그랬고, 여기도 그렇고... 가격을 계산기에 찍어서 알려준다.



열차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고, 도색 때문에 오래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외로 깔끔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별로... 전철과 노선을 같이 쓰다 보니 전철역 플랫폼도 보이고, 그냥 일본 마을 정도다.

1시간 정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을 하면서 지난 번에 출국할 때, 짐을 뺏기듯이 짐칸으로 보내는 바람에 카메라 파티션을 덜렁덜렁 들고 일본으로 왔던 것을 만회하려 핸드캐리 가능하냐고 물었다.
일단 가방 크기를 보고 놀랜다. 이래저래 보더니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공항 검색대에서 꺼낼게 많아지겠군.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뭘 먹지...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인데, 맛있는거 먹어야 할텐데.
고르고 고르다 냉 모밀을 선택했다.
맛은 있었지만, 그리울 정도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고추냉이를 직접 갈아야 하는게 독특했다.
고추냉이 맛도 한국에서 튜브에 들어 있는 그런 것 하고는 맛이 달랐다.
그래도 모밀 국물은 그렇게 추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 마셨다.

공항이라서 그런가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일본와서 혼자 먹는게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런거 신경쓸 겨를 없이, 나 혼자 고추냉이 갈아가면서 먹느라 정신 없었다.

역시 가방 안에 있는 카메라와 잡다한 것들을 토해내야 했던 검색대를 거치고, 선물이나 살까 하고 돌아봤다.

그냥 과자 세트를 샀다. 개당 1,000엔짜리 몇 개를 사서 주변 지인들에게 돌리기로 했다.
아까 찾은 10,000엔 사건 덕분에 현금에 여유가 생겼다.

남은 동전으로 캬라멜과 홍차를 사서 비행기 탑승.



저 구름이 증명하듯 이륙할 때도 비가 많이 왔다.



볼품 없는 기내식. 남은 동전으로 산 군것질 거리가 백만배 더 맛있다.
맥주를 먹을 까 하다가 와인을 달라고 했는데, 역시 난 와인과 맞지 않나 보다.
피곤하다. 많은 이벤트. 다양한 경험. 6일 중 4일은 내내 걸어만 다녔고, 내 등에 배낭.


이렇게 일본 여행이 끝났다.

카메라 분실 사건과 카메라 추락 사건.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카메라 분실 사건은 한국에서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구매 가격으로는 250만원 상당의 카메라와 렌즈, 부속품.
그걸 돌려 받았다는게 정말 신기할 뿐 이다. 10-20 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28-70이면 +100만원.

아무튼 좋은 경험 많이 했다. 중국 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냥 한국과 약간 다른 수준이었다.
한국만큼은 아니었지만, 지하철도 사람들의 대화 때문에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정중한 일본인이 있는 반면, 아닌 일본인도 많았다.

다음에는 다른 도시는 가보고 싶다.
사실 도쿄와 오사카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도 많이 못 찾아본게 아쉽다.
그리고 도쿄의 여러곳을 돌아보지 못한 것도 아쉽다. 지유가오카에서 색다른 도쿄 거리를 찾았지만... 다른 곳이 많이 아쉽다.
1주일 정도로 여유롭게 도쿄를 돌아봐도 될 것 같다. 난 고작 이틀이다 보니... 시간의 압박이 심했다.

Posted by jk1
여행기2008. 6. 29. 13:46

시부야에서 도큐 도요코센으로 갈아타면 지유가오카역에 갈 수 있다. 지유가오카는 정말 한적한, 동네 골목길 같다.

원래는 하코네로 가려고 했으나, 늦게 일어났고... 비가 왔다.

역사에 안내소가 있으며, 지도를 요구하면 손으로 그린 것 같은 A4 크기의 지도를 준다.
정밀도가 떨어져 조금 어렵지만, 참고할 정도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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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적한 곳이며,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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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떠올리기 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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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이나 과자 따위를 파는 곳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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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게들은 일본식으로 지어진 작은 건물에 이쁘게 꾸며져 있었고, 과자를 파는 곳은 전통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저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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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에노에서 당했던, 그 문제의 음료수 자판기. 350ml와 500ml의 가격이 같다.
여행 중 이라면 5번째 있는 뚜껑달린 캔 타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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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미용실?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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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이발소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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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포치. 여행 안내책에 나온 곳 이다. 어제 본 시부야 구석탱이에 있던 가라쿠타 보에키 같이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곳 이다.
아이디어/디자인 소품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한 번 들어가 봤으나... 이미 국제적 장벽이 허물어진 요즘.
한국에서 파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선물을 좀 사보려고 했지만, 역시 만만한게 휴대전화 장식 밖에 없다. 선물 사는건 역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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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이쁜 가게들이 많았다. 유럽풍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일본 느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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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번역기에 프랑스어로 입력하고 번역한 결과 "가능성은 우리에게 유일하게합니다."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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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게 전면을 찍었을 뿐인데, 주인이 나와서 찍지 말라고 했다. 그냥 전체를 찍었을 뿐이다 라고 하니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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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포치 보다 많은 선물을 산 가게. 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가 있을 것 같아 들어가봤다.
주인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영어로 설명된 종이를 코팅해놔서 그걸 읽고 해결했다.

자세한 내용은 까먹었으니, 나에게 묻지 말도록. 한 손은 손님, 한 손은 재물을 불러오는 것으로 양손을 들고 있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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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샵도 있다. 가게들이 작은 탓인지 몰라도 조잡한 가게가 많았다.

일단 허기를 채우기로 했지만, 이 곳 음식들 다 비싸 보인다. 결국 맥도널드를 찾았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대부분 영어 메뉴판을 갖고 있어서, 주문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햄버거를 다 먹고, 직원에게 인따네또 까뻬가 어딨냐고 물어봤다. 설명해주다가 결국 근처까지 데려다 줬다. 한 10걸음?

회원가입을 하란다. 난 회원가입 해봐야 별 의미가 없는데. 여러 곳 찾아봤지만, 가볍게 갈만한 곳이 없다.
어제는 시부야를 가봤으니, 오늘은 신쥬쿠를 가봐야 겠다. 결국 신쥬쿠를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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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가오카를 벗어나 다시 시부야로 향하는 전철 안...
한국이나 일본이나 무이자 대출 광고는 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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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쥬쿠 역에서 빠져나오면 달콤한 향이 자극한다. 뭐지 뭐지... 커다란 슈를 판다. 향이 정말 좋다. 결국 사먹었다.
정말 맛있다. 슈크림이 너무 많아서 질질 흘리며 먹었다. 렌즈, 옷, 손... 안흘린 곳이 없다.

맛있는 빵을 맛보고, 다시 일정을 재촉하려 발을 옮긴다.

책을 꺼내서 펴보는데, 왼쪽 어깨가 가벼워 지면서, 쿵 소리가 난다. 뒤에 있던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땅바닥에 카메라가 떨어져 있다. 떨어져서 구르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떨어져서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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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를 주워들고, 이리저리 살펴본 후 한장 찍어봤다. 초점도 잘 맞고, 사진도 잘 찍히고, 리뷰도 잘 된다.
다시 갈 길을 가는데, 줌링을 안살펴 본 것 같아서 줌링을 돌려보지만, 38mm 부근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한 건 더 했다. 또 다시 우울해져서 멍하니 걷는데, 일본 내 니콘 AS 센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근데... 자 사진 왼쪽에 있는 사람 두명, 왠지 한국 사람들 같다.

다시 시작한 인따네또 까뻬 찾기. 낮에 갔던 지유가오카도 그렇고, 이번에 간 곳도 그렇고... 만화책과 비디오가 함께 있다. 여기는 지유가오카와 달리 사람들이 떼지어 서 있다. 아무래도 번화가라서 그런가 보다. 기다려서 컴퓨터 한대를 할당받고, 능숙하게 쓸 일도 없는 한국어 IME를 설치하고, 니콘 홈페이지에 가서 니콘 AS 센터를 알아보니 신쥬쿠에도 있다. 음. 가깝지만 시간이 애매하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토요일도 늦게까지 영업하나?

일단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인터넷 카페에서 죽치고 있을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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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는데, 나와 있는 사람들... 대부분 노인들인데 노인이라 그런지 뭔가 신뢰가 간다.

나 차례가 다가오고 영어로 설명했다. 다행히 내 영어를 알아듣는다.

상황 설명을 하고, 현재 줌링(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알아 들은 듯 했다. 사실 말하면서 줌링을 돌려가며 설명.)이 안돌아가는 증상과 거리계가 움직이지 않는 문제 외에는 모두 정상이지만, 점검을 해달라.

약간 장인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난 한국 테크니션보다 당신들을 더 신뢰한다."

라고 말했다. 당연하다는 듯한 아저씨의 반응. 뻔뻔한 반응에 다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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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 니콘 센터도 안 가봤는데... 각 렌즈가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고, 니콘의 역사에 관련된 내용이 상영 중 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니콘 망원경. 신쥬쿠의 야경을 내다 보며 망원경으로 몇몇 사무실을 훔쳐보았다. 다들 열심히 일만 하고 있더군.

중간중간 센터를 찾아와 D3와 D300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주쿠에는 없다고 해서 발길을 돌린다.
일반적인 반응일까, 진짜 대단한 물건이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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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 정도가 흐르고, 난 입고증을 주면서 카메라 다 됐냐고 물었다. 담당 엔지니어가 나온다.
가식인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은 친절하다.

바디는 전혀 문제가 없단다. 펌웨어가 구형인데, 혼자 업데이트 할 수 있냐고 묻길래,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렌즈에 대해서 말해준다.

줌링과 조리개 레버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생각치 못했던 조리개 레버 문제. 걸리는 부분이 있다. 친절하게 시연해 주신다.
다행히 렌즈 모터 얘기는 안나온다. 한국에서도 모터교체에 몇십만원 소요된다. 거리 표시창에 문제가 있어서 내심 걱정했었다.

그러나 예상 수리 비용은 39,000엔... 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수리비용에 운송비용, 추가 수리 부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등등...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일본 내 수리는 문제가 많아보였다.
그리고 이 기사들의 거만한 반응, 마음에 안든다. 보아하니, 자기들이 직접 고치는 것도 아니구만.

니콘이미징코리아에서의 워런티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그냥 달라고 해서 그 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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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떨어트린 후, 너무 기운이 빠졌다.

전 날의 카메라 분실 사건. 그리고 카메라 추락.그리고 비싼 수리 비용에 좌절하고, 길거리를 배회한다.


신쥬쿠 방황을 끝내고 호텔로 가려다 역앞에서 만난 길거리 공연. 정말 매력적인 노래였다.


호텔로의 발걸음을 멈추게한 매력적인 연주곡이 끝나고...

자기들은 Meine Meinung 이라고 하고 근처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고 말하던 여자는 보컬로 참여한다.

두번째 곡은, 약간 락 같은 분위기 나고... 신나는 음악에 저 보컬,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그 자리에서 음반 전집을 구매하였고, 한국에 와서 들어보니...
음반을 모두 들어봤지만, 그 노래는 없는 것 같다. 라이브 전용 음악인가?

Posted by jk1